[댄스타임즈] 1편 - 시작 : 바차따와의 조우

2023. 2. 5. 20:21라틴댄스

바차떼리또(Bachaterito/어린이 바차떼로) 가브리엘레, 살사를 만나다

 

[댄스타임즈=이종혁 작가] 2016년 1월 15일, 나는 스페인으로 날아갔다.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이민 가방에 모든 것을 구겨 넣은 채 홀로 그렇게 한국을 떠났다.



2022년 2월, 대한민국 살사판에 입문한지 4개월쯤 되었을 무렵, 첫 독자기고 후 댄스타임즈 편집장님으로부터 연재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 머리털 나고 ‘글’ 이란 것을 언론사에 기고해 본 경험도 놀랄 노자인데, ‘연재’라니.


하지만, 편하고 익숙한 일터를 던져버리고 스페인으로 혈혈단신 갔었던 나이지 않은가. 흔쾌히 편집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번 시리즈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독자분들께 맞춤법에 대해 명확하게 말해 두어야 할 것 같다. 흔히 ‘바차타’ 또는 ‘센슈얼 바차타’라고 불리는 단어는 원래 스페인어다. 스페인어를 영어권에서 그렇게 발음할 뿐이다.



필자는 스페인어를 영어식으로 표기하지 않겠다. 바차타는 ‘바차따’이며 센슈얼 바차타는 ‘바차따 센수알’이다. 바차따 센수알의 종주국이 에스빠냐(스페인)인 점을 존중한다면 당연히 그 나라 언어의 발음으로 불러주는 것이 마땅하다 여긴다. (단, 스페인은 통상적으로 이미 널리 퍼진 표현이기 때문에 ‘에스빠냐’ 대신 ‘스페인’으로 표기하겠다.)

1. 스페인 생활의 시작

버킷 리스트 (Bucket list)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리스트 안에는 분명 ‘여행’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여행에서의 기분 좋은 경험은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마주치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주는 안정제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는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성형수술이 되기도 한다.


2011년, 2015년 두 번의 스페인 여행에서 나는 매우 행복했고, 그들이 어떠한 사람들인지 매우 궁금해졌다. 유럽, 남아프리카 그리고 동남아시아를 여행했고 여행 중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났지만 가장 애정과 관심이 가는 곳은 ‘스페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5년이 끝나갈 무렵 사표를 던지고 스페인어 알파벳을 어떻게 읽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비행기에 올랐다. 두 번의 스페인 여행을 통해 유명한 지역들은 거의 다 가봤기 때문에 가보지 않은 곳, 그러나 생활이 불편하지 않은 곳을 찾아야 했다.


발렌시아 (Valencia)
지중해에 접하고 바르셀로나 남쪽에 위치한 이 도시는 한국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도시이지만 스페인 제 3대 도시이다.



전세계 수많은 학생들이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서 찾는 도시이며 (유럽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유럽애들 공부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다.) 바닷가 도시이기 때문에 유흥과 휴양으로도 아주 좋은 도시다.



이렇게 온갖 재미있는 놀거리를 즐기고 스페인 어학당에서 말을 배우는 투 트랙의 삶이 내 스페인 생활의 시작이었다.

2. 바차따와 만나다
발렌시아에도 많은 어학당이 있다. 각 어학당마다 단순히 언어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페인 문화를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어학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구비해 놓고 있다.



플라멩고의 나라 스페인답게 플라멩고를 배우거나 공연을 보는 프로그램은 당연히 필수템이다. 내가 다녔던 어학당에서는 그 외에 라틴댄스를 무료 강습하는 곳에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라틴댄스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캐러비언스 아라곤 (Caribbeans Aragon)
라틴댄스 체험 액티비티(Activity)가 진행되었던 바 이름이다. 이 날 우리를 가르치는 어학당 교사가 액티비티 매니저로서 학생들 몇몇을 데리고 이 바에 처음으로 갔다.


< 이탈리아 친구 두 명과 나 / 출처 : 필자 >

이번 연재를 쓰기 위해 오래된 사진첩을 둘러보며 느끼는 거지만, 나는 이탈리아 친구들이 많았던 것 같다. 유별나게 이탈리아 사람들이 나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었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면 이탈리아 끼안띠 와인을 맛보기 위해 토스카나 지방(Tuscany region)을 다시 찾아야겠다.



< 교사와 바차따를 추는 나 / 출처 : 필자 >

그 당시 이 바에서 매주 수요일 밤 10시반 부터 12시까지 바차따 무료 강습이 있었다. ‘왜 살사 강습은 없었냐’라고 물어본다면, 모르겠다. 그 당시의 나는 라틴댄스라는 것만 알지 그게 살사인지 바차따인지도 구분 못하는 춤알못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살사가 전세계적으로 더 보편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사 무료강습은 없고 바차따만 있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바차따 센수알(Bachata Sensual) 종주국답게 바차따가 꽃 피우려던 시기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나는 살사보다 바차따를 먼저 만났고 그것이 라틴댄스의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3. 바차따, 극강의 아름다움
바차따와의 첫인상이 좋아서였을까? 첫날 이후 나는 거의 빼놓지 않고 매주 수요일 밤 클럽 아라곤을 찾았다. 그 곳을 찾는 것은 고작 외국인들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 클럽/바는 스페인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다. 당시 나는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스페인어 걸음마를 떼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들과 최대한 많이 만나고 싶었고 바차따를 무료로 배우는 기회까지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그 무료강습을 듣는 스페인 여자들도 절반 이상이었다. WHY NOT? PORQUE NO?


클럽 아라곤의 DJ이자 바차따 강사이기도 했던 스페인 남자는 무료 강습 후 소셜시간에는 어김없이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들하고만 바차따를 췄다. 한국 살사판을 경험한 후에라야 그 당시 그 스페인 남자가 제정신인가 하고 머리를 갸웃거리게 됐지만 그 당시 스페인에서는 그랬다.


DJ가 음악을 틀어놓고 플로어에 나가서 손님들과 바차따를 추는 게 맞냐 틀리냐, 옳고 그르냐를 떠나서 나는 그 스페인 남자 댄서의 바차따 동작에 매료되었다. 무료 강습에서는 기본 스텝만 가르쳐준다. 매주 똑같다.



그런데 그 DJ가 몸매가 몹시 좋은 스페인 여자와 바차따를 추는 모습은 당시 입문자인 나로서는 충격 그 이상이었다. 매우 아름답고 멋있었다. 매주 검정 셔츠에 검정 바지만 입던 그 DJ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났다.



그의 동작도 아름답지만, 그의 리드에 따라 움직이는 스페인 여자의 몸은 정말 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스페인 여자의 신체는 기본적으로 굴곡이 심하다. 아시아권 여자의 신체구조에서 오는 느낌과는 매우 다르다.)


살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 당시에 바차따는 나에게 딥 임팩트(Deep Impact)를 남겼다. 내가 봤던 것이 살사인지 바차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춤이 멋있고 아름답게 보인다면, 게다가 내가 그것을 즐긴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 순간은 대학교에서 단 한번 교양 수업으로 소셜댄스를 수강했다가 시시하게 느껴졌던 소셜댄스가 이토록 아름다운 춤인지를 깨닫게 된 인생사의 변곡점이었다.


현재 살사, 바차따를 모두 배우고 있는 입장에서 여전히 바차따가 훨씬 아름다운 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바차따 센수알.



내가 스페인에서 우연히 바차따를 만난 것은, 그리고 일하다 말고 손님과 바차따를 추는 그 정신나간? DJ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에게 감사한다.

4. 강렬한 첫키스와의 이별
몇 달 간의 클럽 아라곤 생활을 접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7개월 간의 어학연수가 끝날 무렵 나는 스페인 발렌시아 국공립 공과 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자세한 히스토리는 독자의 정신건강상 이유로 생략하겠다).



고작 7개월 배운 스페인어 실력에 빅데이타 관련 신기술들이 넘쳐나는 시기였기 때문에 공부해야 할 것이 산더미였다. 당연히 클럽에 가서 밤늦게까지 춤추고 술마시고 할 시간적 여유 따윈 외국인 학생에겐 용납되지 않았다. 닥치고 공부만 했다.



< 빅데이타&인공지능 마드리드 학술대회 / 출처 : 필자 >

그리고 어느덧 바차따, 라틴댄스 자체가 기억에서 지워졌다. 그렇게 2년 넘게 바차따와의 강렬한 첫키스를 잊은 채 바쁘게 살아왔다. 마침내 개인적인 이유로 스페인을 떠나 2019년 귀국했다.

그리고 우연히 아오라를 만났다.

출처: 1편 - 시작 : 바차따와의 조우 - 댄스타임즈 (dancetimes.co.kr)

 

1편 - 시작 : 바차따와의 조우 - 댄스타임즈

[댄스타임즈=이종혁 작가] 2016년 1월 15일, 나는 스페인으로 날아갔다.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이민 가방에 모든 것을 구겨 넣은 채 홀로 그렇게 한국을 떠났다.2022년 2월, 대한민국 살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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